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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본문

REVIEW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2021. 10. 26. 00:41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_장강명, 문학동네(2015)


를 읽고 나서 쓰는 후기




…만화는 그리다가 힘들어서 이게 끝입니다.


결국 두 번 읽었다. (2021. 10. 30.) 장강명은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는 걸까? 담담하면서도 현실적인 묘사 덕분에 글이 참 잘 읽힌다. 비록 그의 작품 중 이제 겨우 3편을 읽었을 뿐이지만… 장강명의 다른 책도 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의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가 사건이 일어난 시간 순서로 진행되지 않는다. 심지어 하나의 챕터 안에서도 흐름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는 탓에 처음에 읽을 땐 이게 뭔가 싶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하나씩 맞아들어가며 ‘아, 이게 이런 이야기구나’ 하게 되는 구성이다.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이라는데 다 읽고 나니까 상 받을만했다고… 정말 잘 짜인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이 소설을 읽어줬으면 좋겠어! 싶어서 결국 이렇게 공개적으로 후기도 쓰게 됐다. 다만 학교폭력, 살인에 대한 언급/묘사, 욕설이 나오니 읽으신다면 주의하세요.


주요 등장인물은 크게 셋이다. 남자, 여자, 아주머니. 이야기의 주된 흐름은 남자와 아주머니 사이에서 비롯되지만 이건 직접 읽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패스하고 (영업을 목적으로 쓰는 후기이기도 하니) 대신 남자와 여자의 얘기를 쓰겠다. 아니 근데 이 소설의 재미를 반감할 만한 걸 빼고 쓰기가 참 힘들다. 모든 일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소설이라서….

남자의 안에는 ‘우주 알’이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 모든 순간을 동시에 살아갈 수 있게 하는 SF적 요소로 보면 될 것 같다. 여자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자인데 남자와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연인사이다.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 소설에 대한 감상을 한 줄로 줄이자면 소관타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자가 KPC고 여자가 탐사자예요. 저렴한 표현이지만 정말임 직접 읽어보세요. (아닙니다 오타쿠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짧게 쓰자면,

과거와 미래를 담은 거대한 미술관에서 보통의 사람들이 정해진 코스를 따라 한 방향으로 걸어가며 그림을 한 번씩만 볼 수 있다면 남자는 줄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관람할 수 있는 존재다. 좋아하는 그림을 오래 볼 수도 있고, 순서를 바꾸어 감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 미술관은 너무 커서 어떤 존재도 모든 전시를 둘러볼 수는 없다. <모나리자>를 보려면 이탈리아 그림들을 함께 봐야 하고, 이탈리아 그림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프랑스와 스페인 회화 컬렉션을 거쳐야 한다고.

남자는 여자가 자신에게 모나리자 같은 존재였다고 말한다. 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하는 그림. 어쩌면 남자는 자신이 선택한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여자를 만나기 위해 기꺼이 그런 삶을 포기했다는 게… 심지어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대도 여자와 조금이나마 더 함께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게… 정말 미칠 것 같다……. 이게 사랑 아닐까? 이게 타이만이 아니면 뭐란 말이지? 역시 남자는 KPC고 여자는 탐사자가 맞다. 이제 여기까지 와서 몇 페이지 뒤에 등장할 ‘그 문장’을 읽으면 느낌이 새롭다. 모든 가능세계를 볼 수 있는 존재가 한 사람의 곁에 있는 것을 선택했다고 생각하니 낭만적이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랑 연모 등등의 단어 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문장은 바로 이게 아닐까.


쓰다 보니까 말이 괜히 구구절절 길어지는 기분인데 딱 하나만 더 쓰자면 소설 중 이런 문장도 있다.

 

 

  어떤 관계의 의미가 그 끝에 달려 있는 거라면,
안 좋게 끝날 관계는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 끝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과정이 아름답고 행복하다 하더라도?  

 


이걸 보고 그러네 싶었다.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도 결말을 가지고 그 이야기의 성격을 말하곤 하니까. 어떤 어려운 일을 겪었어도 마지막 장면에서 웃으면서 끝나면 좋았던 게 되고, 아무리 아름다운 사랑을 했어도 마지막에 헤어지면 불행하고 슬픈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그믐>이 어떤 이야기냐 말하자면…… 잘 모르겠다.
행복했고… 하… 아니 근데…
아냐 따뜻한 이야기였다….




…최고의 소설, 추천합니다.


얼레벌레 마무리해서 죄송 제가 말주변이 없다는 걸 잊어버렸네요.
하지만 직접 읽어보면 아실 거예요. 읽어줘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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