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6/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134340

[CoD] 방문 본문

2/CoD

[CoD] 방문

2026. 6. 5. 22:48

2026-01-09 https://posty.pe/wkdbmr

 

드림주의 설정이 다소 구체적이긴 하나 일단은 네임리스 드림으로 썼습니다.

키건의 설정이 헷갈리기도 하고(그래서 해병대와 특수부대 활동의 전환이 대체 언제인가 등) 깊게 생각하기 싫어서 대충 얼버무린 구석이 많고 고증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

여자가 같은 분대 동료였다는 설정의 드림입니다. 공포 3400자 정도로 짧습니다. 드림주에는 편하게 이입하셔도, 하나의 캐릭터로 보셔도 됩니다.


 

 

 

초인종이 한번 울렸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또 한 번. 잠깐의 사이를 두고 다시 한번. 그제야 느릿느릿 문이 열렸다. 저녁 일곱 시인데도 불구하고 막 침대에서 일어난 듯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도 하지 않은 여자가 그를 올려다본다.

 

“그만 와도 된다고 했잖아.”

 

그거, 오지 말라는 뜻은 아니지 않나. 그리 말하듯 가만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에 여자는 한숨을 내쉰다. 들어오라는 듯 그를 위해 현관문을 젖혀 공간을 내주면서. 언제까지나 그를 문 앞에 세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집안은 엉망이었다. 넓다고 할 순 없어도 혼자 살기에는 충분한 정도였을 텐데도, 바닥에 늘어진 옷가지, 내놓지 않은 일회용품들은 실제 공간의 넓이보다 내부를 훨씬 좁아 보이게 만들었다. 그는 별말 없이 외투를 벗어 현관의 옷걸이에 걸어두며 물었다. 그의 성격을 보여주듯 단정한 움직임이었다.

 

“밥은 먹었어?”

“먹었어.”

“몇 시에?”

“…1500이었나, 그쯤.”

 

전역한 지 한참이면서 아직도 습관처럼 군사 시간으로 답하는 여자를 두고 그는 흠, 하는 소리를 냈다. 남자는 세 번째 질문 대신 싱크대로 향했다. 그 안에 든 것들로 대충 그녀의 식사가 무엇이었을지 추측해 낼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제대로 챙겨 먹었을 리가 없었다. 아마 허기만 달래고 말았으리라.

 

남자가 이런 식으로 여자를 챙기기 시작한 지는 벌써 몇 달이 되었다. 하여 여자는 그가 제 집인 양 냉장고와 찬장을 뒤지고 있든 말든 소파에 대충 누워 TV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그사이 남자는 버려야 할 것과 새로 채워두어야 할 것을 확인하다, 그녀에게 잠시 시선을 두었다. 또 체중이 줄었군. 안색을 보면 잠도 여전히 잘 못 잤을 테고.

 

그가 그녀의 집에 존재하는 식재료들로 만든, 그나마 ‘식사’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요리를 가져오고 나서야 여자는 마지못해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녀가 접시를 받아 들자 남자는 자연스럽게 소파의 남은 자리에 앉아서 그녀가 켜둔 TV를 본다. 여자의 취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트콤 드라마였다. 그는 굳이 리모컨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여자는 느릿하게 음식을 씹다가 입을 뗐다.

 

“키건.”

 

그는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네가 왜 이런 수고를 감수하는지 모르겠어.”

“….”

“고맙긴 해. 정말로, 하지만… 굳이 이러지 않아도 된다는 거 알지.”

 

그녀는 머뭇거리다 그렇게 말했다. 발음되지는 않았으나, 그 뒤에는 꼭 우리가 이럴 만한 사이는 아니잖아, 하는 문장이 붙을 것만 같았다. 키건은 눈을 깜빡이다가 물었다.

 

“내가 찾아오는 게 불편해?”

“그런 뜻은 아니었어.”

“나도, 수고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야.”

“…그렇다면야.”

 

여자는 접시 위에 남은 음식을 다 씹어 넘기고 나서는 싱크대로 향했다. 그래도 제때 하지 않아 쌓인 설거지는 자신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따지자면 찾아온 손님에게 대접을 하지는 못할망정, 요리를 맡긴 꼴이었으니. 키건은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간 바라보다가 거실에 남아 어질러진 물건들을 정리했다. 여자가 돌아왔을 때 거실은 그나마 조금 더 사람이 살 만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키건 러스의 가장 첫 번째 기억 속 여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따지자면 그녀는 부대 안에서 가장 밝은 축에 속했다. 동료들 사이에서 사기를 북돋는 것은 여자의 역할이라고 말해도 무색할 정도였다. 다만 실패한 작전이 동료 몇과 여자의 왼쪽 눈에서 빛을 앗아가고서부터 그녀는 조금씩 변했다.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디냐고, 저는 운이 좋았다고 애써 미소 짓던 그녀는 제한된 시야가 임무에서 걸림돌이 되자 점차 웃음을 잃기 시작했다. 웃음 다음에는 자연히 말이 줄었다. 그녀는 머잖아 전역을 신청했다. 그녀는 단순히 쉬고 싶어졌다고 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이유가 아님을 알았다.

 

전역 후 일반인으로 살아가는 여자를 발견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키건이 그녀의 일상이 바르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확인해야겠다고 마음먹는 데에는 결심까지도 필요하지 않았다. 도움이 필요하면서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먼저 해야 할 뿐이라고. 어쩐지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키건 본인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 임무에 자신도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말을 잘 하지도 않는 제게도 곧잘 친근하게 말을 걸어 주던 그녀에게, 괜찮냐고 묻지 못한 미련이 남은 걸까. 무엇이든 중요하지는 않았다.

 

시계 시침은 벌써 열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키건은 잠이 오지 않는다며 투덜대는 여자를 침대에 눕히고 자신은 그 옆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가 건네는 물과 함께 알약을 삼킨 후 여자는 눈을 감는 대신 그에게 말을 붙였다. 그는, 부대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부터 시작해 여전히 그 도넛 가게에 가는지 등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그녀가 물으면 그가 답하는 식의 대화가 오갔다.

 

그에게 이럴 필요 없다고 한 것을 생각하면 인정하기 어려운 사항이었지만, 실은 여자도 키건이 곁에 있을 때 잠들기 수월하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은 수면제를 먹어도 약기운이 뇌를 덮기 전까지는 머릿속의 이미지들이 그녀를 괴롭혔다. 총소리, 화약 냄새, 그리고 누구의 것일지 알 수 없는 핏자국. 그의 흔들림 없이 차분한 목소리는 그들을 흩어내고 자신을 현실에 붙들어주곤 했다. 무엇보다 키건은 자신을 판단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지도 않고, 질책하지도 않고, 그저 조용한 지지를 제공하는 그의 존재가 여자에게는 제법 기꺼웠다. 다만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을 뿐. 예의라기엔 과하고, 애정이라기에는 건조하다. 여자는 그것을 죄책감으로 추측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행동은 설명이 되지 않았으니까. 때문에, 그를 진심으로 밀어내려 애쓰지 않았다.

 

여자의 눈꺼풀이 내려와 닫히고 나서야 키건은 찬찬히 그녀의 모습을 뜯어 보았다. 손목은 기억하던 것보다도 훨씬 가늘었다. 얇아진 머리카락은 생기가 없었다. 거칠어진 입술 끝에는 작은 딱지가 앉아있었다. 그러나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적어도 지금은.

 

거의 경건한 손짓으로 잠든 여자의 머리칼을 정리하던 키건은 문득 그녀의 웃음을 떠올린다. 그녀가 두 눈을 반짝이던 때 짓던,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려낸 미소가 아닌 진짜 웃음을. 충동처럼 드는 생각이 있었다. 언제였더라, 고된 임무 끝에 수고했다며 자신을 격려하던 때였나. 때 묻지 않은 맑은 웃음소리, 망막에 각인이라도 된 듯 잊히지 않는 그 낯. 무미건조한 내 삶을 밝혀주는 것 같던 그 얼굴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일순 숨이 멎었다. 혼란스러운 감각에 그는 불에 덴 듯 급히 손을 뒤로 물렸다. 여전히 손끝의 열기가 생경하게 느껴졌다. 가끔 찾아와 그녀의 상황을 살피며 선을 넘은 적은 없었다고 확신했으나, 조금 전의 생각은 그 확신을 흐리게 했다. 애초에 왜 자꾸 그녀를 찾아오게 되는 걸까. 그저 책임감뿐일까. 여자는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는 눈치였다. 다행이었다. 키건은 낮은 숨을 뱉으며 나직이 속삭인다.

 

“…잘 자.”

 

적어도 오늘은 그녀가 꿈도 꾸지 않고 깊이 잠들 수 있기를 바라며.

 

 

 


키건 하면 'kid'라고 부르는 연상미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저도 그걸 무척 좋아하지만… 어쩐지 그래서 더더욱 kid라고 부르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반말을 하며, 사귀지도 않고, 플라토닉한, 상대를 부양하는 관계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여자에게 PTSD로 무너진 삶을 재건하는데 힘을 보태주는 키건을 떠올리게 됐네요. 사유는 제 기준 그게 더 사랑같음. Camaraderie가 저의 근래 붐업 키워드입니다.

'2 > CoD' 카테고리의 다른 글

[CoD] 콜 오브 듀티 백업  (0) 2026.02.24